누구나 나이를 먹는다.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.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어느 시기에 마땅히 이루어야 할 일을 이루지 못한 채 어물쩍 끝내버리는 것이며,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. 돌이켜보면 그곳에는 분명 기묘한 상실감이 존재한다. 손에 잡힐 듯한 공백. 일종의 부유감, 혹은 표류감.

——무라카미 하루키, 《먼 북소리》